원본 :http://gall.dcinside.com/list.php?id=khu&no=10513&page=1

 

 

 

 

안녕.

난 지난 20일에 있었던 경희대 여총 공청회를 정리해서 올린 사람이야.  일단 이 글이 다른 곳으로 날라졌을 경우를 위해서 내가 전에 쓴 글의 링크를 첨부할께.


http://gall.dcinside.com/list.php?id=khu&no=10362&page=1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다시 입을 열지 않으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한마디 해야할 것 같아서 잠깐 몇자 남겨야겠어.

지금 너희들이 흥분해서 총여를 퇴출 시키자느니 학교에서 쫓아내자느니 말만 앞세우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봤을 땐 너희들 열트럭 갖다놔도 삽질만 하다 끝날거야.  이건 너희를 비난하자는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가 경희대에 있다고해도 어쩔 수 없어. 

단적으로 너희 총학을 봐.  공청회가서 보니까 총학도 여총한테 밀리더라. 그리고 오늘 보니 일개 단대학생회장에게조차 까이던데(사학과였지 아마) 나 이 날 이 때껏 살면서 단대학생회장한테 까이는 총학은 첨봤어.  총학이 이러니 학생들이 모인다고 총여를 어떻게 할 수나 있겠어?  계란 던져?  욕하고 막 도망가?  니들이 애는 아니잖아?  그렇다고 탁상공론으로 게시판에서만 찌질거리는 것도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돼.


잘 들어봐.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세가지만 내가 알려줄께.

 

첫째. 여총이 말한 재신임, 이거 반드시 시켜야해.

여총이 지들 입으로 그랬어.  이번 사건에 따라 재신임 묻고 거기에 따라 처신을 결정하겠다고.  날짜를 특별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3월 말이라고 했으니까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어.
사실 원래 이 재신임 투표는 넌센스야.  우리는 이번 일에 대해 총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건데 어째서 그 잘잘못에 대해 재신임 투표로 도망을 가냐는거지.  하지만 그래도 시켜야해.
그리고 흥분하기 쉬운 횽들은 또 이럴수도 있어.  '그거 재신임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 남자들은 투표도 못하고 여자들만 하니 결과야 뻔하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재신임 투표는 시켜야 해. 

남자가 투표를 못하는 상황은 오히려 너희한테 다행한 일이야.  이번 재신임 투표에서 절대 남자도 투표권 달라고 찌질거리는 남학생이 없기 바래. 
오해하지마.  난 재신임 투표를 통해서 총여가 퇴출되기를 기대하지는 않아. 그건 0.1%도 가망성이 없는 결과야. 

잘들어. 이번 재신임 투표의 의의는 경희대 모든 여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거라는 데 있어.  그 결과가 즉 '경희대 여학생들의 생각'이 되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금까지 총여가 무슨 뻘소리를 해도 '저애들은 원래 꼴통들' 하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어.  하지만 재신임을 묻는다면 그건 이제 문제가 틀려. 재신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렇게 되면 경희대 여자들 전체가 '우리는 아직도 이 사건을 성폭행으로 본다' 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거야.  다시말해 이게 학내 일개 기구의 생각이 아니라 경희대의 모든 여학생의 생각으로 정리된다는 점이 중요한거야.  만에 하나 재신임에 실패하더라도 총여가 사라질 빌미는 생기거든.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  투표를 하기만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경희대 총여는 득볼게 없어.  만약 성공한다면 수천 경희대 여학생들 자기 얼굴에 침뱉기 되는거야. 

 

둘째, 이 사건을 단기적으로만 생각하지마.  우군을 얻어야해.

지금 경희대 내부에는 같은 경희대 구성원이면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요집단이 하나 더 있어. 바로 교수들이야.
어떻게보면 경희대 교수들에게 이 일은 너희들보다 더 민감한 문제야.  너희는 젊은 혈기에 '아우 뭐 저런 꼴통들이 다 있어!' 하고 잠깐 흥분하다 지나가는 일일지 몰라도 이 사람들에게는 직장내의 인사문제이면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니까. 
사실 난 너희들보다 경희대 교수들이 더 비겁한 집단이라고 봐.  왜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희대에서 뼈를 묻은 명예교수 한명이 하루아침에 목 잘려나가는 걸 보고서도(그리고 무혐의 처분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도와주지 못한채 지켜만 봐야 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경희대 교수들을 대놓고 욕할 수도 없어.  그들이라고해서 어떤 상실감도 없을것 같아?

너희는 서교수님이 지금 가장 배신감을 느끼는 대상이 누구라고 생각해?  너희들처럼 총여에게 실망해서 '아우 그 손주뻘 밖에 안되는 애들한테!!' 이러고 계실까?  아닐거야.  내가 생각했을 땐 아마 학교에 실망을 많이 하고 계실거야.  다들 알겠지만 서교수님은 지난 수십년 동안 경희대 위상을 높이는데 누구보다 기여를 많이 한 분이야.  나도 경희대 교수라고 하면 새교수라고 불리는 윤무부 교수님이랑 이 서교수님밖에 몰라. 
그런 사람에게 경희대는 여자애들 몇명 얘기만 듣고 하루아침에 자기를 잘라놓고 무혐의 처분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팔짱만 끼고 있어.  이럴 때 서교수님이 느끼는 상실감, 우리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어?
이런 상황을 놓고 본다면 지금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현재 경희대 교수들에게 이 사건의 의의하는 바는 커.  학교에서 40년 보낸 사람도 저렇게 어이없이 잘려나가는데 나머지 교수들은 어떻겠어.  그냥 허허웃고 몸만 사리는게 장땡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을꺼야.  경희대 학생들에게는 이게 애들의 치기 문제일 수도 있어.  하지만 당장 까마득한 고참교수 목이 달아나는걸 뻔히 본 다른 교수들에게는 이게 좀 성격이 다른 문제일거야.  그만큼 한편으로는 제자와 학교 모두에게 배신감도 느끼겠지.
남학생들에게 말해두지만 교수들하고 당장 어떻게 하라는건 아냐. 그 사람들 의외로 처신에 민감해. 나 국립대 8년 다녀봐서 잘 알아.  대신 장기적으로 보고 교수들하고도 암묵적인 연대를 쌓아봐.  지금으로서는 학생들끼리 사분오열 해서는 아무것도 안돼.  겉으로 손을 잡지는 못해도 마음의 끈은 이어져 있어야해.

 

 

세번째, 결국 이 사건의 마무리는 서교수님에게 달려있어. 

우리가 아무리 비난을 해도 총여가 '검찰이 뭐라해도 우리에겐 아직 이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다' 이렇게 나오면 집단성이 약한 일반 학우나 네티즌 만으로는 끝을 보기 힘들어.  결국 서교수님 혹은 서교수님 가족이라도 움직여줘야해. 
말했지만 지난 20일 공청회에서 총여는 이 사건을 여전히 성폭력 사건으로 판단한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어.  이건 명백히 서교수님을 두 번 죽이는 일이야.  여총이 끝까지 이렇게 주장한다면 최소한 서교수님 가족이라도 나서서 이번일을 매듭지어야해.  법원도 가기전에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을 가지고 학교 내에서 공공연히 성폭력이라고 떠들고 다닌다면 그때부터는 명예와 관련된 일이야.  서교수님은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가족들이라도 설득을 해봐.  그 길 밖에는 없어. 

 

 

두번째 세번째는 내 생각을 말한 것 뿐이지만 첫번째 재신임 여부는 어떻게 압박을 하더라도 반드시 성사시켜야해.  총여도 지들 입으로 말한거니까 흐지부지 넘어가지는 못할꺼야.  다시 말하지만 경희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신임 투표만 이루어진다면 결과는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총여(더 나아가서는 경희대 여학생들)에게 득이 될게 없어.  잘해봐야 자기 얼굴에 침뱉기야.
하지만 그런건 있겠지.  경희대 총여 스타일로 봐서는 투표를 하게 되더라도 설문지의 설문을 묘하게 말을 꼬아서 내놓을 가능성이 커. 이렇게 따지자면 총여에게도 도망갈 구멍이 아주 없는건 아냐.  '경희대 총여는 여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학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 뭐 이딴식으로 시작하면 사실 게임 끝이잖아?
따라서 투표 전에 이 사건에 대한 총여의 까발려진 입장을 충분히 여학생들에게 전달하는게 중요하겠지.  이건 물론 남학생들을 포함한 경희대생 전체의 몫이야. 

 

 


**  디씨 경희갤 관리횽. 지난번 글 공지로 올려줘서 고맙고... 가능하면 이 글도 좀 부탁해.

** 공청회 자료글에 원본의 수정만 없다면 펌에 문제가 없다 라는 코멘트를 추가했어.  되도록 많이 알려줘.
** 경희대생들.... 내가 니들 왠만하면 흉 안보려고 했는데 니들 좀 심해.  내가 지난번에 쓴 공청회 정리글... 아무나 경희대 자게로 좀 옮겨달라고 글 안에까지 써놨는데 디씨에 올린지 5시간이나 지나서야 그것도 졸업생이 옮겨놨더라.  내가 두번세번 말하지만 나 내가 잘났다고 이러는것도 아니고, 거기 애들 반응 보려고 이러는 것도 아냐. 적어도 경희대 애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최소한은 알아야 하잖아.  실명 이름 걸고 옮기기가 그렇게 무섭니?  나 니들한테 그때 정말 실망했어.
내가 오해했다면 미안하고, 부탁하는데 지난 공청회 정리글은 경희대 자게에서 페이지 넘어갈때마다 누구라도 좀 새로 옮겨줘.  한명이라도 더 봐야할거 아니니.


 

 


IP Address : 61.102.137.89
2007-03-23 03:31:50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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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타대 사람 같은데 칭찬에 박수도 쳐주고 싶어. 그런데 첫번째에서 재신임 문제 말이야, 나도 확실히 재신임 말 꺼낸건 지네가 대학주보(학교신문)에다가도 떠벌였으니깐 해야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재신임이 안될 확률이 더 높다고 예상하는데 말이지. 총여 주변분들 빼고 나머지 정족수를 채울만한 일반 여학우들의 대부분의 총여에 대한 시선이 절대 곱지 않거든, 내 주변에도 널렸어. 관건은 역시 투표에 얼마나 그들이 참여하는가인가.124.197.135.229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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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자게에 글 못 옮겨주는건 미안해. 난 민감하게 가까운 분이 저 쪽에 있는지라 평소에 그래도 얼굴 붉히면서 보기는 싫은거잖아? 나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중이니깐. 이해해줘. 정말 고마워.124.197.135.229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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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넘어찌됐건 재신임에 성공해도, 실패해도 총여에게는 득될게 없어. 윗횽 말대로 만약 실패한다면 조용히 짜지게 될테니 그거면 더 바랄게 없고.61.102.137.89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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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넘가장 중요한건 재신임 설문에서 설문 내용을 매우 노말하게 작성할 것에 대비해서 그 이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경희대 여학우들에게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알려야한다는거야. 너무 감정만 내세우지 말고.61.102.137.89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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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도 쳐주고 싶어박수도 쳐주고 싶어61.248.219.12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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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현실적으로 재신임 3월말안으로 하기는 힘들 것이다. 정치인들의 습성을 닮은 총여로 봐서...재신임이슈마저 물타기모드 돌입했다가 상황 봐서 마지 못하겠으면 4월에 하던가...그냥 넘어가도 될 상황이라면 유야무야 시키겠지218.145.252.169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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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2경희자게 떴네요..211.218.202.196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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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한가지 유의할점은...절대로 4월 말까지 이 사건을 끌지 말것. 중간고사가 되면 다들 자기 일 하느라 바빠서 이슈가 묻히는 경우를 대학생활 하면서 많이 봤다면 무슨 말인지 알죠? 등록금 투쟁도 학교가 중간고사때까지 버티면 약발이 다 해서 흐지부지 되더만...그 전에 쇼부 쳐야죠. 이 일이 묻히기 전에163.239.26.32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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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이 글이 경희 자게에 가 있으면 총여도 이거 보고 대비책 마련에 고심하겠네...하긴, 걔들도 디시 보긴 볼테니, 어차피 비밀은 없는 처지지만...163.239.26.32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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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넘횽~정말 글 너무 잘 썼어~ 지난 글도 그렇고 이번 글도 그렇고~ 난 내일 시간 되면 갈 생각이야~ 물론 타대생이지만~!! 낼 볼 수 있음 봐 횽~~!!58.230.133.142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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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사주고 싶어~ 수고많았어~~ 경희인들아 좀 보고 배우길 바래~211.220.73.200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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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stas